터널 103 유이제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이야기를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제4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을 수상한 유이제 장편소설 『터널 103』이 소설Y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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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인간이었다. 도로에서 만난 터널이 무너져 그 안에 갇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늘 ‘만약’과 ‘혹시’를 가정하고 그 가정이 불러올 여파를 다시 걱정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뒤늦게 발견한 알량한 글 쓰는 재주는, 저주 같았던 걱정의 도미노를 소설의 소재로 바꾸어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피소드 가지치기에도 바빠 걱정이라는 녀석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불면의 밤을 지새우지 않는다. 내가 펜으로 그려 낸 주인공들이 과거의 내가 창조한 고난을 대신해 겪고 심지어 멋지게 이겨 내고 있으니까. “짜다.” 식수 관리원이 내뱉은 이 짧은 한마디는 모든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속삭임은 점차 웅성거림으로 바뀌었다. 주저앉아 바닥에 시선을 떨군 채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이들이 속출했다.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향해 망연자실한 얼굴을 들어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짠물이 들어오면 무조건 터널을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할아버지에게서, 그리고 아버지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이대로 터널에 머무르는 것은 그저 종말을 조금 늦추는 것에 불과했다.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피귀의 키는 성인 남성의 두 배에 육박했고 피부가 없는 탓에 근육, 힘줄, 인대, 뼈 등이 고스란히 밖에 드러나 있었다. 특히나 눈꺼풀 없이 그대로 돌출된, 하얀 구슬 같은 안구와 그것을 움직이는 빨간 실타래 같은 근육들은 매번 다형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비로소 할아버지는 꿈꾸던 눈을 떴다. 그러고선 베개 삼았던 손 하나를 꺼내 입을 뾰로통하게 내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장담할 수 있어. 반드시 폭신한 잔디밭에 누워 무피귀 걱정 없이 꾸벅꾸벅 졸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그러니 우리 약속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터널에서 벗어 나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내, 내륙에서 온 거야? 언제 온 거야? 배를 타고 온 거야?” 다형은 구해 줘서 고맙다는 말조차 잊은 채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 왜 사람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내 이름은 라승하야.” 다형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하지만 통성명을 하자는 의도가 명백한 만큼 이쪽도 이름을 알려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름……은 서다형.” “서. 다. 형. 예쁜 이름이네.” “죄, 죄송해요.” 다형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사과의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오지 않았더라면 승하가 사지에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왜 미안해하지? 나는 고마운데. 네가 승하와 함께 가 줘서.” 다형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승하의 어머니는 그런 다형의 팔을 다독였다. “넌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단다. 그걸 잊지 마라.” 남은 무피귀는 경계를 하며 곧바로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커다란 칼날이 녀석의 왼팔을 잘라 내 버렸고, 커다란 도끼가 오른 다리에 박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창이 목을 꿰뚫었다. 다형과 승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무피귀가 모두 쓰러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무피귀를 쓰러뜨린 이들 때문이었다. “나는 싱아가 인간들 틈에서 자랐으면 하네. 본인이 별나게 생긴 게 아니라 우리들이 정상이 아님을 깨닫길 원하네. 어눌한 내 말투를 흉내 내지 않고 또렷한 억양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해.” 그 말을 들은 다형과 승하는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가장 해괴한 외모를 가지고 있고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었지만 준익은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재장전할 여유조차 갖지 못한 승하는 화살을, 다형은 회수한 수리검을 각각 단검처럼 손에 쥐고 마지막 혈투를 향해 내달렸다. 지금 이 순간, 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똑같았다. 자신의 목숨값으로 남은 두 사람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피부 없는 괴물들을 피해 스스로 터널에 갇힌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터널마저 위험하다! 목숨을 구할 탈출구를 찾기 위한 숨 막히는 여정 “짜다.” 식수 관리원이 내뱉은 이 짧은 한마디는 모든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평화로운 관광지 검은과부거미섬에 돌연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을 피하려다 해저 터널에 갇히고 만 사람들. 그런데, 어느 날 터널에 바닷물이 새어 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해저 터널만이 섬과 내륙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상황, 섬에는 괴물들이 득시글하고 내륙 쪽은 차폐문으로 막혀 있어 갈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사람들은 한 가지 답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괴물이 있는 섬으로 가서 차폐문을 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주인공 ‘다형’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터널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다형의 선택은 터널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터널에서 벗어나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한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꿈은 잘 때만 꾸는 게 아니란다. 앞으로 생길 일을 상상하는 것도 꿈꾼다고 말하지.” “앞으로 생길 일? 하지만 그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할아버진 여기서 나갈 수조차 없는데.” “이루어질 수도 있지. 중요한 건 꿈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거야. 다형은 자신의 용기를 북돋우며 터널 밖으로 나오지만, 키가 성인 남성의 두 배에 육박하는 데다 피부가 없어 힘줄이 드러나고 안구까지 돌출된 괴물 무피귀의 끔찍한 모습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이런 섬뜩한 괴물과 맞설 방법이 있을까? 차폐문을 열 방법을 찾기 위한 섬 안에서의 여정 속에서 다형은 갖은 위기를 맞게 되는데……. 과연 다형은 차폐문을 열어 자신과 터널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진짜 괴물은 어쩌면 인간이 아닐까 고립된 세계를 만든 악(惡)과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희망에 대하여 터널을 나온 다형은 미처 준비 태세를 갖추지도 못한 채 무피귀를 맞닥뜨리게 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다형은 괴물의 손아귀에 붙잡힌다. 그렇게 다형이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상황은 급반전한다. ‘뭐지?’ 낙하하던 단두대의 칼날이 돌연 중력을 잃은 것처럼, 닫히던 무피귀의 턱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녀석의 손아귀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다형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형을 구해 준 소년은 ‘라승하’라고 이름을 밝히고, 다형은 터널 밖에 생존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 터널 밖 생존자들의 존재는 다형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소설은 괴물이 목숨을 위협할 때의 긴장감과 그로부터 놓여날 때의 안도감을 오가며 결말까지 압도적인 몰입감을 유지한다. 정교하고 독창적인 세계관과 생생하게 펼쳐지는 장면 묘사는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뒷장을 넘기게 하면서도, 괴생명체의 으스스한 모습은 서늘함을 자아내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은 쾌감을 선사한다. 소설 속 디스토피아 세계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괴물을 맞닥뜨린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현재 상황에 안주하며 터널 안에 머무르려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살길을 찾기 위해 진취적으로 나서려 한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가 있는 한편,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사지로 내모는 이도 있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아 보이는 인물들은 누가 인간인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터널 103』의 세상은 암울하고 참혹하다. 터널 밖에는 맞설 엄두가 나지 않는 섬찟한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안에서는 바닷물이 차올라 목숨을 위협한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주인공 다형은 희망을 잃지 않고 모험을 계속한다. 다형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살아남겠다는 단단한 마음이다. 어두운 세계 속 희붐한 희망을 펼쳐 보이는 『터널 103』은 『스노볼』 『노 휴먼스 랜드』에 이어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새로운 흐름으로 기억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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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영웅
거미줄마을
소금
해발 0미터
무피귀
라승하
바리섬
황선태
쥐고기
장례식
염소길
검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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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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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터널
아버지
사리
흑요석
승리
살아남아야 한다
울지 마
해치
차폐문
에필로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