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그늘 김차차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한때의 주말. 칸막이 책상 아래에서 우리가 잡았던 손. 문제집 안에 끼워져 있던 그 애의 쪽지. 깨끗한 교복 셔츠의 섬유 린스 냄새. 내 캔커피를 한 입씩 뺏어 마시며 장난스레 웃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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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 그 웃는 얼굴. 죄다 지겹다는 듯 잔뜩 찌푸렸다가도 날 보면 일시에 소년처럼 말개지는 얼굴이 좋았다. 콧등을 설핏 찡그리고, 시원하게 휜 입매로 웃던 그 남자애. 나중에 서울에 가면 항상 저와 함께 있자던, 그 치기 어린 목소리. 그 애가 청라에서 보낼 지루한 유배는 아무리 길어도 1년이다. 해를 지나 내년 봄이 올 때까지, 시간을 아무리 더 갉아 내도 우리의 끝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다시 헤어질 봄의 그늘 같은 것이다. 그 봄이 제 등 뒤편에나 남긴 그림자였다. 1)눈물은 허영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허물이다.
그래서 너는 내게 언제나 봄날의 서리 같은 사람이었다. 멋대로 내 머리 위로 내려서, 내 삶과 감정을 갉아먹다 어느 날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려 가질 수도 없는 것이었다. 2) 이미 내뱉은 말과 남에게 낸 상처는 바닥에 쏟아 버린 물과 같아서, 무슨 짓을 해도 도로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내어 준 마음에 물을 많이도 쏟았다. 실수로. 고의로. 필요로. 부정으로. 3) 남의 마음에 쏟은 물을 내 마음으로 도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 상처가 전부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4) 나는 여전히 훔친 물건을 보듯 박우경을 흘끗 봤다. 훔친 것. 들키기 싫은 것. 내 것이 아님을 알아도 도무지 돌려주기 싫은 것. 5) 내 머릿속에도 언제나 그 애의 방이 있다. 그 애는 모르는. 네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다시는 잊어버릴 수 없는 것처럼 도무지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어떤 것들이 있는 방. 잡다한 물건을 사기만 하고 버릴 줄은 모르는 사람처럼, 네 방은 아무런 계획도 정리도 없이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 결국엔 그 방에서 아무것도 내다 버릴 수가 없어서 차라리 문을 잠가 두었다. 6) 사랑은 낭비였다. 그럼에도 그렇게 그저 반짝거리기만 하는 사치품 같은 것이 갖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내게는 그런 게 사랑이었다. 다 망해 가는 부모에게 차마 사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아주 비싼 물건이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은 철없이 그런 사랑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7) 언젠가 네 부모와 상관없이 살라던 저수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건데, 그건.’ ‘나는 원래 니 생각만 한다. 몰랐나.’ ‘…….’ ‘느그 집 생각은 좆도 안 하고.’ 너는 너대로 살라고. 8) ‘조금만 슬퍼하고, 더 슬퍼하지 마라. 희야.’ 지금은 하나도 슬프지 않아요. 그냥 나중에도 우리가 이러고 있을 게 슬픈 거예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무것도 나아진 게 없을까 봐 무서운 거예요. 제자리가 무서워요. 결국은 서로 떨어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우리’가 어디에도 남지 않게 될까 봐. 더는 예전처럼 9)나는 네 첫 번째 실패였고 머잖아 두 번째 실패가 될 예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나중에 네가 날 욕할 이름이 있었으면 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내가 네게 무엇을 숨겼는지도 모른 채로. 내가 널 좋아해서 무슨 짓까지 할 수 있었는지, 너는 영영 알지 못하는 채로. 그리고 나도 언젠가 되새길 단어가 있기를 바랐다. 내가 네 이상한 두 번째 여자 친구였다고. 10) ‘볼 것도 없었다이가. 바다도 야경도, 비 때문에 보이는 게 하나도 없어서.’ ‘난 차희 니 보고 있었는데. 계속.’ ‘…….’ ‘그래서 좋았다.’ 11)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 날 내내 안고, 달래고, 빌고, 널 너무 좋아한다고 속삭이던 그 밤의 남자애를 부러 짓이겼다. 부드러운 입술을 맞대고 앳된 숨을 섞으며, 어설프게 관계의 끝까지 다다라 웃음을 터트렸던 그날의 우리를. 태어나 가장 불완전하고 충만했던 밤을. 12) 나는 박우경 네가 정말로 무서웠다. 내가 널 놓아야만 하는 당연한 일보다, 네가 날 놓아 버리는 게 훨씬 더 겁이 났다. 그렇게 다시 끝나는 게. 우리의 두 번째 끝이, 첫 번째 끝보다 더 완전해지는 게 13) “집에 엄마가 있어도, 아빠가 있어도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았는데……. 여기로, 이 길 위로 박우경이 자전거 타고 오는 것만 봐도, 걔가 내 앞에 서기도 전에, 전부 괜찮아졌거든. 걔가 내 옆에 있을 때만, 사는 게 좋았거든.” 14) 네가 이유였으면서 네가 위로인 나를, 나는 언제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를 좋아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다가도, 너를 좋아하는 일만큼 불가해한 일이 없었다. 15) “……공주 니가 멋있는 거 다 하면 나는 뭐 하는데.” “옆에 있으면 되잖아.” “씨발 존나 왕자 된 기분이야.” ‘봄의 그늘에서, 지나간 시절의 너에게.’ 서울국제도서전 2023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으로 선정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봄그늘』이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김차차 작가의 감성 로맨스 소설. 하얀 꽃 만발한 사과밭이 펼쳐진 가상의 시골 소도시 청라를 배경으로, 한때 헤어져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만나게 되는 첫사랑과의 재회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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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0장. 빈 계절
1장. 봄날의 서리
2장. 묵시적 합의
3장. 열여섯, 4월
4장. 꽃이 죽어야 나무가 살아서
5장. 열일곱, 5월의 토요일 밤
6장. 자주 올게요
7장. 열일곱, 여름날의 버스
8장. 핏줄의 문제
9장. 열일곱, 그 애 형
10장. 망하라고 기도를 해라, 기도를
11장. 열여덟, 1월 말 밤
12장. 빨간 대문 집 수국이 필 즈음
13장. 새 스카프
14장. 네 이름을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15장. 비와 그늘막
2권
16장. 미조 저수지
17장. 말하지 말아 줘
18장. 회전 초밥집
19장. 네 할머니 집 마당의 배롱나무
20장. 입만 열면 거짓말
21장. 처음부터 끝까지
22장. 열여덟, 8월의 도서관
23장. 손해 보는 장사
24장. 첫 차
25장. 사람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
26장. 첫 사과
3권
27장. 드뷔시
28장. 남해로 가는 길에 진주가 있으니까
29장. 서로의 모서리에 긁혀서
30장. 그때 시간 맞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31장. 열아홉, 1월의 청라 터미널
32장. 열아홉, 나 여기서 자고 갈래
33장. 열아홉, 그 나전칠기 장롱이 있는 방에서
34장. 열아홉, 지랄의 서막
35장. 열아홉, 5월의 계단
36장. 열아홉, 불 꺼진 음악실
4권
37장. 열아홉, 35만 원짜리 약점
38장. 네가 돌아올 수 있는 집
39장. 당신은 동에서, 나는 서에서
40장. 기억의 유적
41장. 사진은 그래도 내 거잖아
42장. 모르고 해도 죄가 되는 것
43장. 깽값
44장. 제가 틀렸어요
45장. 연기
5권
46장.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도 끝이 난다면
47장. 악성 재고
48장. 한숨 자라
49장. 동주에게
50장. 인형의 집
51장. 늦가을의 우산
52장. 포도밭 보이는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53장. 검은 가죽줄 시계와 프리지아 꽃 두 송이
마지막장. 청라, 봄의 그늘에서
Epilogue. Songs without words
부록. 《봄그늘》 설정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