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노을 이희영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보통의 노을』은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예기치 못한 일을 마주하고 흔들리는 열여덟 최노을의 이야기다. 노을은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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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내가 180이 넘는 키를 자랑한다면 엄마는 160도 안 되는 작은 체구를 지녔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강파른 몸에서 어떻게 나처럼 커다란 녀석이 튀어나왔을까 싶다. 엄마는 저리 작고 말랐는데 왜 나는 이렇게 골격이 크지? 괜한 의구심이 밀려들었다. “결혼 일찍 하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아빠가 크신가 보다. 엄마는 이렇게 체구가 작고 마르셨는데. 좋겠다. 곱상한 얼굴은 엄마 닮고 체격 좋은 건 아빠 닮고. 학생은 부모님 좋은 점만 쏙 빼닮았네요.” “저기요…….” “알았어. 이거 사자, 초경량. 진짜 가벼워.” 황급히 막아서지만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최지혜 씨가 아니었다. “나 결혼 안 했는데. 그리고 우리 아들은 아빠 없어요.” 싱긋이 웃는 엄마와 달리 점원은 아예 울어 버릴 기세다. 비록 판매하고 있는 겨울 점퍼가 초경량이라 해도, 판매자의 입까지 덩달아 가벼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무리 아니라 해도 소용없었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없다니. 왜 자신들의 생각을 멋대로 진실이라 믿는 걸까? 성하가 학원에서 좋아하는 아이가 생겼다 했을 때? 나는 신을 향해 당당히 맹세할 수 있었다. 양파 표피 속 세포 하나만큼도 동요하지 않았다고. 아니, 오히려 반가웠다. 이제 툭하면 나와라, 심심하다, 하고 칭얼거리는 녀석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건 성하 저 녀석도 100퍼센트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 아침부터 모닝 쾌변을 봤더니 아주 기분 좋아. 3일 만에 드디어 나와 주셨어. 역시 청국장 환이 직방인데.”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 일상까지 속속들이 말해 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누나나 여동생이 있는 녀석들은 어느 정도 여자에 대한 환상이 없다고 하던데, 외동인 나는 왜 이토록 그 말에 격하게 공감되는지 모를 일이다. 엄마가 호록 계란국을 떠먹었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미혼모 보호시설을 찾아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공예 수업을 한다. “그렇게 경쟁자들 키우면 안 되는 것 아니야?” 나의 우문에 엄마의 현답은 이러했다. “그게 목적이자 꿈이야. 그곳의 모든 사람을 다 내 경쟁자로 만드는 거. 그렇게 다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루하루 살아 내는 거.” 그들은 엄마의 바람대로 하루하루 끈질기게 살아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그들을 비난할 자격은 없다. 진짜 비난받고 손가락질받을 이들은 따로 있으니까. 내가 아버지에 대해 묻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몇 살이었고 어떻게 생겼으며 어디 사람이었는지 절대 알고 싶지 않았다. 만약 알았다가는 그 또래 남자들이 모두 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 뻔했다. “너는 평범함이 뭐라 생각해?” 무심코 꺼낸 한마디에 동우가 풋 콜라를 내뿜었다. 어째 너무 급하게 먹는다 싶었다. 콜록거리는 녀석에게 나는 티슈를 건넸다. 한참이나 기침하는 것을 보니 사레가 걸려도 단단히 걸린 모양이다 “괜찮아? 그러게 평소답지 않게 왜 그리 급하게 먹어?” 동우가 절레절레 손사래 쳤다. 급하게 먹은 값을 톡톡히 치렀으니 그 이야긴 그만하자는 뜻이다. 평범함을 말했는데 녀석은 전혀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콜라를 마셨다. 얼마나 심하게 기침을 했는지 두 눈마저 빨갛게 충혈 되어 있었다. 콜라 한번 잘못 마셨다가는 저승사자와 팔짱 끼고 살랑살랑 뱃놀이라도 떠날 판이다. “그런 너는 평범함이 뭐라 생각해?” 똑같은 질문이 다시 날아들었다. 머릿속에 봉긋이 엄마와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섯 살 연상 연하. 그래, 요즘 시대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남자가 그 정도 연상인 경우는 너무 많지 않은가 띠동갑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차이도 비일비재하니까. 엄마가 형보다 여섯 살이나 연상인 것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에겐 엄연히 내가 있고 형에게는 성하가 있다. 주변 그 누구도 두 사람의 교재에 찬성할 리 없다. 겨울이 지나면 새봄이 올 것이다. 이른 봄을 느끼는 사람도, 아직 겨울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환절기에는 거리에 다양한 옷차림이 보인다. 여전히 패딩을 입은 사람과 파스텔 톤 봄 재킷을 걸친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상대의 옷차림을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다. 환절기는 모든 옷이 통용되는 제5의 계절이니까. 나는 세상이 환절기처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이길 바란다. 두꺼운 무채색 패딩도, 나풀거리는 파스텔 톤 봄 재킷도 모두가 정답이 되는 세상 말이다. “사지선다형처럼 삶에도 하나의 답만 있는 걸까?” 보통이어도 보통이 아니어도 충분한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 『보통의 노을』은 세상이 정한 기준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말하는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노을은 평범함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세상이 정한 보통, 평균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우리가 그것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지 끝없이 되묻는다. 주인공 노을뿐만 아니라 성하와 동우까지, 자신을 옥죄는 편견에 대해 질문하며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내가 뜻하는 나’로 우뚝 서고자 마음먹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사건에 대해 고민하며 이들은 전과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성장해 간다. 이야기는 노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입체적인 인물들과 각자의 사연이 어우러져 다채롭게 흘러간다. 마치 프레임을 통과한 빛처럼 여러 갈래의 색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결국 한 빛깔의 우리가 아닌 여러 갈래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을에게 주어진 상황에 보통과 평균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겪는 일 또한 모두 특별한 일인 것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적당한 때에 결혼해 아이를 가지는 것까지. 세상이 정한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보통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노을처럼 우리 또한 알게 모르게 각자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성별일수도 있고, 나이일수도 있으며 직업, 부 등 모든 것에 해당한다. 노을이 고민 끝에 결국 보통에 대한 정의 자체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독자들도 세상의 기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그 자체로 충만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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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미소
정말 나 보러 온 거야?
네가 더 잘 알잖아
식어 버린 붕어빵
평범함이 뭔데
괜찮다 해 줘
고속도로 위
지혜 씨
평균의 값
제5 계절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