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안정된 문장과 탄탄한 구성은 물론 장르 구분을 무색케 하는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 시키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이번 신작은 『현대문학』 7월 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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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구두를 만들며 함께 살던 요정들은 흐르는 세월 속에 뿔뿔이 흩어져 인간의 육신을 입고 살고 있다. 인간 세상에서 여전히 구두 장인으로 영원의 삶을 살고 있는 안 앞에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형제 미아가 나타난다. 미아는 자신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자신의 반려 유진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줄 것을 그에게 부탁한다. 때가 되면 모습과 거처를 바꾸며 여전히 정령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달리 유한한 존재인 유진과 사랑에 빠진 미아를 보며 안은 상념에 빠지지만, “사라질 거니까, 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미아의 말에 알 수 없는 질투와 허망함을 느낀다. 안에게도 오래전 마음을 나누었던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아프게 돌아서야만 했었던 안.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 날, 백발의 여인이 된 그녀와 조우한 안은 비로소 자신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금은 깨닫게 된다. “점유할 수도 당겨 쓸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지는 인간과 인연을 맺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그럼에도 그 무의미를 선택한 미아에게 자신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 남아 있는 날들의 목표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안은 형제들과 함께 ‘우리’ 로 충만했던 상상 계로 돌아가는 불가능한 소망을 비는 대신, 소멸하는 존재 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로 마음먹는다. 대체로 타자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결국 이 이야기는 소멸이 전제된 평범한 인간의 삶과 사랑이 본래 적으로 지닌 비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구 정령 현 인간’의 성장 서사, 바로 ‘인간화’ 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옷과 이름을 지닌 채 상징 계에서 살아간다. 그 상징 계의 틈으로 포착되는 실재가 얼마나 그로테스크 한지에 대해 정신분석학은 늘 경고해왔다. 그러나 안과 미아가 통과해온 곳, 그리고 여전히 드물게 목격하는 곳은 구병모의 전작들이 보여주던 실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물론, 굳이 안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대체로 조급하고 야만적이다. 동시에 그럼에도 찰나의 순간 어떤 빛나는 것을 출현 시키기도 한다. 이 소멸이 지나가는 짧은 자리에 흔적처럼 남게 되는 시적인 것도 다행히 인간의 것이라면, 우리는 “가뭇없이 사라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불이 밝혀진 몸으로 심지가 다 타들어갈 때까지 허공에 자신의 움직임을 그려 넣고자 하는 인간의 열의”가 우리 삶의 전부임을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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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詩 009
작품해설 172
작가의 말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