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황정은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책은 어쩔 수 없는 이 세계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황정은이 그 시간을 정직하게 통과해오면서 놓지 않았던 고민의 흔적과 결과들을 특유의 낭비 없이 정확하고 새긴 듯 단정한 문장들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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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요컨대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기 전부터 이미 활발하게 읽히고 회자되어왔다는 뜻이다. 이는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이 차마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을 경험하며 살아야 했던 시기에 쓰였다는 사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이 세계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황정은이 그 시간을 정직하게 통과해오면서 놓지 않았던 고민의 흔적과 결과들이 특유의 낭비 없이 정확하고 새긴 듯 단정한 문장들로 남았다. 그러므로 여덟 편의 작품을 한데 모아 읽는 일은 단순히 훌륭한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것을 초과하여, 지금 이 순간 바로 인간이라는 삶의 자리에 독자인 자신을 다시금 위치 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 『아무도 아닌』 또한 가급적 작품으로만 남으려는 작가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만듦새를 하고 있다. 책 날개에는 출생년도와 수상 이력, 이제까지 펴낸 책 등으로 요약되는 작가의 약력이 아니라 그저 이름 석 자만이 적혀 있으며, 작품들의 의미를 분석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해설 또한 실려 있지 않다. 표지 뒷면은 으레 그렇게 하는 것처럼 작가나 작품에 대한 수식 들이나 추천사 대신 본문 중에서 발췌된 문장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만듦새는 “아무도 아닌”이라는 책의 제목을 더욱 명징하게 만들면서 그 의미를 계속해서 헤아려보도록 이끈다. 틀림없이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는 말일 테지만, 어떤 의미로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책의 앞쪽에는 작가의 말로도 혹은 제사로도 읽힐 수 있는 단 한 줄의 문장(“아무도 아닌, 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이 적혀 있는데 이는 어떤 특정한 의미로 이 말이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는 듯하다. 예컨대 흔히 사용되는 것처럼, 그 사람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 보잘것없으니 무시해도 좋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뜻과는 닿지 않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아무도 아닌”의 의미를 한정해보자면 말 그대로 무(無), 즉 존재의 확정을 부정하는 뜻에서 혹은 행위의 주체가 없다는 뜻에서 ‘아무도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까 희미해져야만 오히려 또렷해지는 듯이 보이는 “아무도 아닌”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더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명실」을 살펴보자. 이 작품의 발표 당시 제목은 “아무도 아닌, 명실”로 소설집의 제목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실’은 생전 단 한 권의 책도 낸 적 없는 작가인 ‘실리’를 추억하며 그녀가 남긴 수만 권의 책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펼쳐보지는 않은 채로 말이다. 스무 살도 되기 전부터 결핵에 걸려 폐가 좋지 않았던 실리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다. 명실은 실리에 대해 듣고 읽어온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들은 파편들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할머니, 라고 부르는 상인의 음성에 깜짝 놀라며,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정도로 늙어 있다. 또한 누군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다가 일어서 나간 것처럼 모로 살짝 틀어진 의자를 보며 거기에 앉아 있던 존재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알지만 이를 낯설게 느낄 정도로 늙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용한 지 오래되어 굳어버린 실리의 만년필을 찾아 펜촉을 따뜻한 물속에 담가두고 이제는 정말 쓸 준비를 한다. 잠시 내려놓아 섬뜩하도록 차가워진 만년필을 다시 손에 쥐고 체온과 같아져 이물감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무언가를 쓰고자 한다. 쓰려고 마음먹은 시간 사이로 언젠가 실리가 들려주었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 실리와 밤배 위에서 본 집어등의 불빛들, 실리의 죽음과 곧 명실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 등과 같은 상념들이 끼어들지만, 그녀는 마침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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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行 _009
양의 미래 _037
상류엔 맹금류 _063
명실 _089
누가 _113
누구도 가본 적 없는 _137
웃는 남자 _163
복경 _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