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pdf 다운로드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책은 치밀한 구성과 유려한 문장으로 여성 현실의 복잡 다단한 문제들을 빈틈과 타협 없이 파고들어 평단과 독자의 신뢰가 두터운 작가는 이번 소설에 이르러 더욱 견고하고 탁월해진 서사적 역량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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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헤어지고 싶은 기억을 줄곧 간직해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이 문장에 홀연히 이끌려 ‘일기쓰기교실’에 등록한다. 하지만 “‘나는’이라고 시작했더니 한줄도 쓸 수 없었”기에, ‘시옷’이라는 이름의 화자를 앞세워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일기 속에 풀어놓는다. 1980년, 어둡고 혼란한 시대의 주변부에서 호된 성장통을 겪는 열살 여자아이 시옷의 이야기를. 소설의 1부에서 4부에 걸쳐 이어지는 일기는 시옷의 어린 몸과 마음에 날카롭게 새겨진 아픔을 강렬하면서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진술한다. 여자아이였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모욕과 수치, “보지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짧은 머리에 티셔츠와 바지 차림만 고집했던 날들, 간절히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맑은 소년”으로 가장해 홀로 비밀의 무게를 감당했던 그해 봄, 모든 게 들통 나며 “세계의 언저리로 쫓겨나는 것 같았던 그 느낌”. 시옷이 견뎌야만 했던 건 이뿐이 아니었다. 그즈음 시옷은 “가난뱅이라는 단어의 감각을 익히는 중이었다.” 아빠는 큰 빚을 진 뒤 사라졌고, 나날이 더 절박해지는 할머니의 독경 소리와 엄마의 한숨 소리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웠다. 가난해서 감내해야 하는 수모와 단념해야 하는 꿈이 있었다. ‘여자애’와 ‘남자애’ 중 무엇이 되고 싶고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갑자기 닥쳐온 가난 앞에서 의연한 척까지 하느라 열살의 시옷은 고단하고 슬프고 외로웠다. 지금껏 단 한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그때의 감정을 하나 씩 짚어가며 ‘나’는 매일 불안과 좌절을 오가지만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시절을 다시 온전히 살아 내야지만 다른 내일을 만날 수 있다는 듯이 쓰기에 매달린다. 미처 보듬지 못했던 마음을 섬세히 돌아보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마다 외면해온 오랜 상처를 이제는 밝은 빛 아래 슬며시 꺼내보고 싶어진다. 한편 ‘나’는 일기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이들의 이야기 또한 적는다. 옆집 친구 ‘애니’는 늘 ‘공주’ 처럼 빼 입고 다녀 시옷을 동경과 질투로 뒤척이게 했다. 아빠가 사라진 뒤, “저희 어머니 엽차 팔아 모은 눈물겨운 돈”을 돌려 달라며 집에 쳐들어온 ‘제비다방 남자’는 수상하고 무례했지만, 어린 시옷을 다정히 위로할 줄 아는 어른이었다. ‘윤수’는 슬픔과 두려움을 함께 나누는 법을 알려준 소중한 친구였고, 윤수의 누나 ‘윤심 언니’는 언제나 가난과 피로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시옷을 보면 눈이 무지개가 되도록 활짝 웃어주었다. ‘나’는 일기 속에서 그들과 다시 만나며, 자신이 쓰고 있는 일기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 시옷에게 짙은 흔적을 남기고 스쳐간 그들과 함께 쓰는 이야기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리고 시옷을 지독히도 괴롭고 어지럽게 했던, 야만과 혐오와 차별이 들끓던 그 시절을 그들 또한 간신히 통과하고 있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와 계속된 쓰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억과 헤어지기는커녕 기억에 더욱 세차게 붙들리는 것만 같고, 망가진 현실을 다시 세우는 일은 갈수록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이제는 멀어진 그들 중 누군가의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소설은 그 지난한 쓰기와 회복의 과정을 끈질기게 쫓으며 마지막 장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다운로드
1부 봄은 봄을 만나서
2부 봄이 봄을 탐했고
3부 다친 봄은 오래 울었으나
4부 봄이 봄을 옮겨붙였다
에필로그 봄은 복수다
작가의 말